내가 아는 한 선생님과 사모님은 사이좋은 부부의 한 쌍이었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깊은 소식은 물론 알 수 없었지만, 선생님은 좌식당에서 나와 마주앉아 있을 때면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하녀를 부르지 않고 부인을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부인의 이름은 SHIZU같은). 선생님은 "이봐요 SHIZU"라며 언제든지 미닫이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 호칭이 내게는 부드럽게 들렸다. 대답하고 나오는 아내의 모습도 매우 솔직했다. 가끔 대접을 받고 부인이 자리에 나타날 때 등에는 이 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 더욱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가끔 부인을 데리고 음악회니 연극이니 뭐니 하는 곳에 가셨다. 그리고 부부동반으로 일주일 이내의 여행을 한 적도 내 기억으로는 두세 번 이상 있었다. 나는 HAKONE에서 받은 엽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NIKKO에 갔을 때는 단풍잎 한 장이 담긴 우편물도 받았다.
당시 내 눈에 비친 선생님과 아내의 관계는 우선 이런 것이었다. 그러던 중 단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여느 때처럼 선생님의 현관에서 안내를 부탁하려고 하는데, 안방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들어보니 보통의 담화가 아닌, 뭔가 말대꾸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집은 현관 바로 옆이 다다미방이라 격자 앞에 서 있던 내 귀에는 그 말투만 거의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것도 가끔씩 높아지는 남자 분의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선생님보다 낮은 목소리여서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부인인 것 같았다.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현관 앞에서 망설이다가 곧 결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묘한 불안한 마음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삼킬 수 있는 능력을 잃어 버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선생님이 창문 아래로 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놀라서 창문을 열었다. 선생님은 산책을 하자며 아래에서 나를 불러냈다. 아까 띠 사이에 넣어두었던 시계를 꺼내보니 벌써 8시가 넘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직 하카마를 입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날 밤 나는 선생님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선생님은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마시고 취하지 않으면 취할 때까지 마셔보는 모험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안 돼요."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유쾌해질 수 없나요?" 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
내 속에는 시종일관 아까의 일이 걸려 있었다. 안주 뼈가 목구멍을 찌를 때처럼 나는 괴로워했다. 털어놓을까, 말하지 않는 게 좋을까, 다시 생각해볼까 하는 동요가 묘하게 내 모습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너, 오늘 밤은 좀 이상하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실 저도 좀 이상해요. 당신이 알겠어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아까 아내와 조금 싸웠어요. 그래서 아래
"쓸데없는 신경을 흥분시켰어요."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왜 ......"
나에겐 싸움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내가 저를 오해하고 있어요. 오해라고 해도 이해해 주지 않아요. 그래서 화가 났어요."
"선생님을 얼마나 오해하고 계십니까?"
선생님은 나의 이 질문에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아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이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이것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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