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부터 가끔씩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갈 때마다 선생님은 집에 계셨다. 선생님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는 점점 더 자주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나를 대하는 태도는 처음 인사를 나눌 때도, 친해진 이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생님은 항상 조용했다. 어떤 때는 너무 조용해서 쓸쓸할 정도였다. 나는 처음부터 선생님에게는 다가서기 어려운 신비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꼭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어딘가에 강하게 작용했다. 선생님에 대해 이런 느낌을 가진 것은 많은 사람들 중 혹은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만 이 직감이 나중에 사실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나는 어리석다는 말을 들어도, 어리석다고 비웃어도, 그것을 예견한 내 직감을 어쨌든 믿고 또 기쁘게 생각한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에 안기려는 것을 두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이것이 바로 선생님이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선생님은 시종일관 조용했다. 침착했다. 그러나 가끔씩 이상한 흐림이 그 얼굴에 스쳐 지나갈 때가 있었다. 창문에 검은 새 그림자가 비치는 것처럼. 비추는가 싶으면 금방 사라졌지만, 사라지기는 했지만. 내가 처음 그 흐림을 선생님의 눈가에 인정한 것은 ZOUSHIGAYA의 묘지에서 불쑥 선생님을 불렀을 때였다. 나는 그 기묘한 순간에 지금까지 쾌활하게 흐르던 심장의 흐름을 조금 둔화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정체에 불과했다. 내 마음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평소의 탄력을 되찾았다. 나는 그제서야 이 어두운 구름의 그림자를 잊어버렸다. 그것을 다시금 상기시킨 것은 소춘이 끝나기 직전 어느 날 밤이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문득 선생님이 일부러 신경을 써주신 은행나무 큰 나무가 눈앞에 떠올랐다. 계산해보니 선생님이 매달 예식으로 성묘를 가시는 날이 바로 그 셋째 날에 해당했다. 그 셋째 날은 내 과제가 점심에 끝나는 편한 날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ZOUSHIGAYA의 은행나무는 이미 다 떨어졌을까요?"
"아직은 빈털터리로 남지 않을 것"
선생님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내 얼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한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바로 갔다.
"다음에 성묘하러 가실 때 같이 가도 될까요? 저는 선생님과 함께 산책하고 싶어요."
"나는 성묘를 하러 가는 거지 산책을 하러 가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 와중에 산책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선생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내 것은 진짜 성묘만 하는 거니까"라며 성묘와 산책을 떼어놓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나와 함께 가고 싶지 않다는 핑계인지 뭔지, 나는 그 때의 선생님이 너무 어린애 같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더더욱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럼 성묘라도 좋으니 같이 가주세요. 저도 성묘를 할 테니까요."
사실 나에게는 성묘와 산책을 구분하는 것이 거의 무의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생님의 눈썹이 조금 흐려졌다. 눈빛에도 묘한 빛이 들어왔다. 그것은 성가심도 혐오도 경외심도 아닌, 정리할 수 없는 미묘한 불안감 같은 것이었다. 나는 문득 ZOUSHIGAYA에서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때의 기억이 강하게 떠올랐다. 두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너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승에 성묘를 가고 싶지 않아요. 내 아내조차도 아직 한 번도 동행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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