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묘지 앞에 있는 묘목밭 왼쪽에서 나와 양쪽에 단풍나무가 심어진 넓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끝자락에 보이는 찻집에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불쑥 나왔다. 나는 그 사람의 안경테가 햇볕에 반짝일 때까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서 "선생님"이라고 큰 소리로 불렀다. 선생님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왜......"
선생님은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 그 말은 한적한 대낮에 묘한 어조로 반복되었다. 나는 갑자기 아무 대답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를 쫓아 왔어요? 왜 ......"
선생님의 태도는 오히려 차분했다. 목소리는 오히려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일종의 흐림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이야기했다.
"누구의 무덤에 참배하러 갔는지, 아내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했습니까?"
"아니요,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어요"
"그렇군요. --처음 만난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선생님은 드디어 납득한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과 나는 거리로 나가려고 무덤 사이를 빠져나왔다. 이사벨라 무슨 무덤이라느니, 신복 로긴의 무덤이라느니 하는 옆에는 일체중생실유불생(一切衆生悉有佛生)이라고 적힌 탑비 등이 세워져 있었다. 전권대사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도 있었다. 나는 안득열이라고 새긴 작은 무덤 앞에서 선생님께 "이건 뭐라고 읽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안드레라고 읽게 하려는 거겠지?"라며 선생님은 웃으셨다.
선생님은 이 묘비들이 보여주는 인종적 양식에 대해 나만큼 우스꽝스러움도 아이러니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둥근 묘비라든가, 길쭉한 비석이라든가, 길쭉한 비석이라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처음에는 묵묵부답으로 듣다가 결국은 "당신은 아직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군요"라고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도 그제서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묘지 경계에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가리고 서 있었다. 그 아래까지 왔을 때 선생님은 높은 나무줄기를 올려다보며 "조금만 더 가면 예쁘다. 이 나무가 완전히 노랗게 물들면 이곳의 땅은 황금빛 낙엽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 나무 아래를 지나가곤 했다.
건너편에서 울퉁불퉁한 땅을 다듬어 새 묘지를 만들고 있는 남자가 괭이질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바로 도로로 나갔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 목적도 없는 나는 그저 선생님이 걷는 쪽으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 그래도 나는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같이 걸어갔다.
"곧 집으로 돌아가시나요?"
"네, 딱히 들릴 곳도 없으니까요."
두 사람은 다시 조용히 남쪽으로 언덕을 내려갔다.
"선생님 댁의 묘지가 저기 있나요?"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요"
"누구의 무덤이 있나요? --친척의 무덤입니까?"
"아니요"
선생님은 이것 말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 이야기만 하고 끝을 맺었다. 그러자 한 동네 정도 걷고 나서 선생님이 불쑥 그곳으로 돌아왔다.
"저기 내 친구의 무덤이 있어요"
"친구의 무덤에 매달 참배하러 가시는 건가요?"
"네"
선생님은 그날 이 말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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