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돌아갈 때 걷는 동안 침묵이 한 두 장씩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내가 나쁜 짓을 했다. 화를 내고 나왔으니 아내가 얼마나 걱정했을까. 생각해보면 여자는 불쌍한 존재입니다. 내 아내 같은 경우는 나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은 거기서 잠시 끊겼지만, 내 대답을 기대하는 기색도 없이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너무도 태평한 것 같아서 조금 웃기긴 하지만. 당신, 나는 당신 눈에 어떻게 비춰지나요? 강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약한 사람으로 보입니까?"
"중위권으로 보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이 대답은 선생님에게 조금 의외였다. 선생님은 다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
선생님의 집으로 돌아가려면 내 하숙집 바로 옆을 지나는 것이 순리였다. 나는 거기까지 와서 길모퉁이에서 헤어지는 것이 선생님에게 미안한 것 같았다. "이참에 집 앞까지 동행할까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갑자기 손으로 나를 가로막았다.
"이제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세요. 나도 빨리 돌아가야지, 아내를 위해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덧붙이신 '아내를 위해서'라는 말이 묘하게도 그 순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는 그 말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 '아내를 위하여'라는 말을 잊지 못했다.
선생님과 사모님 사이에 일어난 파장이 별거 아니라는 것은 이것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또 흔치 않은 현상이라는 것도 그 후 끊임없이 드나들었던 나로서는 거의 짐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선생님은 어느 날 이런 감상까지 내게 털어놓았다.
"나는 세상에서 여자라는 존재를 단 한 명밖에 모른다. 아내를 제외한 여자는 거의 나를 여자로 보지 않아요. 아내도 저를 천하에 단 하나뿐인 남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가장 행복하게 태어난 인간의 한 쌍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전후 사정을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선생님이 무슨 이유로 나에게 이런 고백을 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선생님의 진지한 태도와 침울한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 내 귀에 묘하게 울려 퍼진 것은 "가장 행복하게 태어난 인간의 한 쌍이어야 합니다"라는 마지막 한 마디였다. 선생님은 왜 행복한 인간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래야 한다고 단언한 것일까. 나에게는 그것만이 의아했다. 거기에 일종의 힘을 실은 선생님의 말투가 의심스러웠다. 선생님은 과연 행복할까, 또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의심은 잠시 어디론가 묻혀버렸다.
나는 그 중 선생님을 찾아뵙고 사모님과 둘이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선생님은 그날 YOKOHAMA에서 출항하는 기선을 타고 외국으로 가야 할 친구를 SHINBASHI로 데려다 주러 가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요코하마에서 배를 타는 사람이 아침 8시 30분 기차를 타고 신바시를 출발하는 것이 그 시절의 관습이었다. 나는 어떤 책에 대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서 미리 선생님의 승낙을 받은 대로 약속한 9시에 방문했다. 선생님의 SHINBASHI행은 전날 일부러 작별인사를 하러 온 친구에 대한 예의로서 그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었다. 선생님은 금방 돌아갈 테니 부재중이라도 나를 기다리라고 남겨두고 가셨다. 그래서 나는 안방으로 올라가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속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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